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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하우스의 이지연씨

내가 5년이 넘게 다니고 있는 네일숍은, 삼성동 4번출구를 나와서 골목 안으로 이래저래 들어가서 있는 '네일하우스'다. (강남구 대치동 945-17 3층, 02-565-1746)

 

주인인 이지연씨는 10년이 넘도록 이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다. 한창 잘 될때는 지점도 한둘 더 냈었지만, 그렇게 해서 여러 고객에게 서비스 하게 되면 조금씩 소홀해지는 부분이 생기고 본인이 그걸 못 견뎌하는 성격이라서 결국은 다 정리하고 숍 하나만 유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직원은 한 명 또는 두 명이 더 있곤 했는데 지금은 두 명이다.

나보다 서너 살이 더 많은 지연씨도 과거 독특한 이력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번도 명확하게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친언니가 네일 아티스트인데 일을 좋아해서 자신도 하게 되었다는 것, 그 전에는 국세청에 다녔다는 것, 그리고 더 어릴 때는 체조선수였던 적이 있다는 것 정도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지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며 '나만 착하게 열심히 살면 다 잘 되게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 대화하다 보면 적지 않게 갑갑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사람을 믿고, 자신의 사업이 잘 되는 부분에 대해서 '제가 인복이 많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정교육을 잘 받은 고상한 아가씨라는 느낌이 든다.

 

예쁜 것을 좋아하고 성의와 정성과 배려도 상당하며 친구도 많아서, 나는 지연씨가 결혼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직원인 보조 네일 아티스트도 '실장님은 결혼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그마한 덩치에 날씬하고 얼굴이 예쁘고 기본적으로 동안이지만, 귀티나는 인상이라서 남자가 막 들러붙거나 하지는 않지만 점잖고 자기 일에 성실하면서 품위 있는 남자들과 이따금 데이트하곤 했었다.

그러다 덜커덕 결혼을 하고, 이듬 해에 딸이 태어났다. 나를 비롯한 가게 회원들은 결혼식까지 갔었다. 결혼을 안 했으면 했지만, 하면 또 잘 살 것 같았던 사람이었다. 정말 그렇게 되었고, 딸도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착하고 어린 나이에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라고 들었다. 이제 겨우 두 살이 다 되어가는 아이는, 뭔가를 먹고 있을 때 옆에서 '아~'라고 말하면 먹으려던 걸 엄마의 입에 쏙! 넣어준다고 한다. 나도 한 입 달라고 '아~' 한 게 아니라 아이가 맛있게 '아~' 하고 먹으라는 뜻에서 말한 건데도 말이다. 세상에 그런 아이도 다 있구나 싶었다.

 

잡설이 길었는데, 여튼 나는 지연씨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미용실이나 마사지샵을 비롯해서 이런 '손님이 원한다고 도망갈 수도 없는' 밀착형 서비스에서는 관리자가 쓸데없는 말을 거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는 남자친구 얘기, 옛날에 겪었던 얘기, 어린시절 얘기, 가족들 얘기, 회사 얘기까지 미주알 고주알 다 하게 된다. 성의있게 듣고 공감을 표시하며 조곤조곤 의견을 얘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상당히 납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네일하우스는,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업의 교과서' 같다.

 

여기서 나는 처음 '습식관리법'을 접하게 되었는데, 손톱을 깎고 다듬은 다음 작은 물그릇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서 손거스러미(큐티클)가 충분히 불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 불었다 싶으면 각 손톱 가장자리에 하나하나 오일을 바른 다음 다듬어서 죽은 살을 뜯어낸다. 스팀 타올로 전체적으로 손을 깨끗이 닦고 고객이 원하는 칼라를 발라준 다음 말리면 끝. 전체 40~50분이 걸린다.

물에 볼리니까 건식으로 오일만 발라 할 때보다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한 번이라도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습식이 훨씬 깨끗하게 큐티클이 제거되고 그 상태도 오래 유지된다.

습식을 위해 쓰는 물그릇 속에는 귀여운 구슬들이 들어있다. '이건 왜 있는 건가요?'라고 하면 부끄럽게 웃으시면서 '심심하실까봐요..'라고 한다.

기본관리가 아닌 마사지 관리를 받을 경우에는 각질제거도 해 주고 로션을 바른 채로 손 마사지를 해 주는데 이게 참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그날 그날 내가 바른 색깔은 내 관리 카드에 다 적혀 있다. 꼼꼼히 적어놓은 예약 스케줄도 모조리 기록으로 남겨 둔다. 그래서 심지어 '재작년 발렌타인 데이트 앞두고 바른 색깔을 오늘 다시 바르고 싶다'고 하면, 방긋 웃으면서 2년 전 기록을 꺼내 그 색깔 일련번호를 확인하고는 매니큐어 병을 들고 온다. 전에는 '지지난 번에 왔을 때 내 옆자리 손님이 바른 색깔이 예뻤다'고 하면 그 날의 예약기록을 보고 그 손님을 찾아내서 그 날 바른 색깔을 짚어낸다. 정말이지 철저한 기록관리다.

개인물품은 회원별로 개인물품 상자를 만들어 회원번호대로 쭈욱 서랍 형태로 꽂아둔다. 그 안에는 발관리 받을 때 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패드라든가, 특별히 선호해서 사서 쟁여둔 매니큐어, 탑코트 등이 들어있다.

 

숍에는 리큐르 메디폼이나 지혈제, 소독제 같은 걸 잘 챙겨두고 있다가, 손에 작은 상처라도 있는 날에는 '이건 또 어떻게 다치신걸까..'라고 말하며 약을 꺼내 '살짝 따끔하실 거에요'라고 덧붙이며 발라준다. 이렇게 '소중하게' 대해지는 일이 흔치 않다 보니 정말로 1~2주에 한 번은 꼭 관리를 받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자세다.

 

지연씨는 전화가 4번 이상 울린 후 받게 되면 꼭 '늦게 받아서 죄송합니다, 네일하우스입니다'라고 한다. 예약 확인전화나 카톡을 보내기도 하고, 예약 시간에 늦을까봐 전화를 하면 '뒷 예약까지 여유 있으니 조심해서 오세요'라고 한다. 시간이 다 차서 예약을 못 할 경우 조그맣게 이름을 적어놨다가 혹시 취소가 발생하면 다시 전화를 준다.

기본적으로 정이  많은 사람이라, 마음이 스산할 때 이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천천히 오시구요,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 같은 사소한 말도 이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면 왈칵, 할 정도로 감동일 때가 있다. 이런 것도 그녀의 멋진 자산이다.

 

물론 단호할 때도 있다. 네일하우스는 가격이 정액이고, '나는 칼라 안 바른다'든가, 반영구 아이라인을 하러 왔는데 '전에 다른데서 한 건데 수정만 원한다'든가 하는 상황을 내걸고 흥정을 시도하는 고객에게 '전 손님이랑 흥정 안해요'라고 힘을 줘서 말하는 걸 들었다. 얼마에 관리 받았는지 가격 차이가 날 경우 손님들간의 위화감이 형성될 우려를 차단한 것이다. '몇 번이고 원하시는대로 다시 해 드릴 수는 있지만 할인해 드리는 건 안된다'고 정해두었다. 오랜 노하우에서 터득하고 도달한 지점인 것 같다.

 

 

손, 발 관리 뿐 아니라, 왁싱, 반영구 메이크업(내 아이라인과 눈썹을 해 줬는데, 오랜 회원이라 돈도 받지 않았고 리터치도 때 되면 하자고 알아서 말씀해 주신다), 속눈썹 연장도 한다. 한 때 연회원이라서 이 모든 것을 정액으로 할 수가 있었을 때는 정말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었는데, 재작년부터는 돈도 돈이지만 관리 받으러 갈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그냥 가격회원을 하고 있다.

내 주변 지인들 중에서 내 소개로 여기서 반영구를 한 사람들도 많다. 가격은 확실히 딴 곳 보다 쎄다고 하지만 속눈썹 안쪽 점막에 해 줘서 자연스럽고 리터치도 계속 해주기 때문에 돈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면 가급적 여기서 하기를 추천했다. 다들 만족하고 있어 다행이다.

 

 

'이지연 + 네일하우스'로 검색하면 많은 블로거들이 후기를 올렸고 사진도 예쁘게 많이 올라와 있네.

http://op2330.blog.me/161521393 - 제법 골고루 많이 소개한 곳